재능에 관한 고찰.

저는 '재능'의 벽에 부딪히려면 자신의 한계를 몇 번이나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재능' 때문에 안돼", "재능이 없어서 못 해."

이런 말들은 전부 노력을 다하지 못한 사람의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재능을 탓하고 노력을 했는데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 탓을 하려면 보통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투자(노력, 시간, 돈)가 필요합니다.

이를 전제로 읽으면 제 의견에 동의하거나, 태클을 걸기 쉬울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웹소설계에는 꽤나 오랫동안 '재능물'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재능물이란 재능이 철철 넘쳐흐르는 주인공이 손쉽게 기술등을 배우고 경쟁자들을 시원시원하게 다 제껴버리는 사이다물입니다. 장르 자체가 불합리하거나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시원시원한 전개와 적당한 고구마, 지루할 때쯤 터지는 사이다가 높은 몰입도와 재미를 줍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역사적인 결과물 같은 업적까지 보고 있노라면 감동마저 느껴집니다.

어차피 이렇게까지 재능이 몰빵한 사람은 찾기 힘들고, 재능과 그 재능을 발휘할 환경까지 알아서 척척 갖춰지는 현실도 없는 것은 다들 알고있을 테니 대리만족,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매우 좋습니다. 작품성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너무 불편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능만 있으면 바로 능력으로 나타나서, 그 재능을 갈고 닦는 묘사를 하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글들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런 소설이 베스트 상위에 올라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고 강제할 수 없으니 뭐라할 수는 없습니다만, 베스트 상위에는 좀 더 퀄리티가 높은 작품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왜 재능만 얻어서 능력 발휘하는 게 불편할까?

이건 제가 노력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은 생각보다 거부감을 더 안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라이벌(같지 않은 초반 갈등을 야기하는 등장인물)입니다. 주인공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재능으로(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1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미 국내 혹은 세계에서 통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빌런 혹은 조력자 정도로 나옵니다. 라이벌일 수도 있고, 초반 주인공 경험치용 빌런일수도 있습니다.

헌데 읽다보면, 작가는 분명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상대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재능으로 엄청 노력해서 능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능력은 주인공은 굉장히 쉽게 얻으니까 상대방을 굉장히 우습게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 들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 피아노에 대한 재능이 발현됐다고 보면, 한 하루, 이틀... 길어도 일주일 연습하고 라이벌보다 더 잘칩니다. 그럼 뭐 당연하다는 듯이 그 라이벌은 질투를 하게 되고, 선생들은 주인공을 스카웃하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처가 해당 업계 사람이라면 굉장히 기분나쁠 만한 행동과 말을 합니다. 어떤 업계이건 비판점이 있으니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그걸 우연찮게 재능을 얻어서 그 재능을 제대로 갈고 닦지도 않은 주인공이 할 말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끔 자신보다 실력이 못 한 사람들을 노력을 안한다고 까거나, 우습게 보거나, 아니면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1등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아등바등 별 짓을 다 하는 사람을 빌런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보입니다. 물론 아등바등 별 짓을 다 하다가 범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게끔 작가들이 쓰기 때문에 좀 딱하긴 해도 받을 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다만, 좀 너무한 것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재능을 폭리로 취하는 내용은 현재 굉장한 이슈로 떠오른 것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스테로이드 사용"입니다.

헬스 혹은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많은 영상을 접해봤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농구영상을 많이 보는데, 거기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헬스 영상을 띄우더군요. 뭐 어쨋든 덕분에 재밌는 영상들 많이 봤습니다. 거기서 비내추럴이라 주장하는 로이더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더군요.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근육을 키울 노력을 해야한다. 내가 노력했으니 이 근육을 얻었지, 니들이라면 그마저도 못했다."

뭐, 이런 식으로요. 문제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내추럴의 한계점까지 발달시킨 적이 없습니다. 일단 그런 영상이 없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추럴로 한계까지 근육을 발달시키는 건 힘드니 편법으로 스테로이드 찾아서 쫌만 운동해도 근육 불어나는 걸 보면서 운동하는 것을 "노력"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어이없는데, 억울하면 너도 써라 라는 식으로 말하다니...

사람들이 이 로이더들 욕 엄청 많이 하는데, 사실 웹소설 중 재능물에서 이런 논리가 굉장히 많이, 자주 보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작품이 이런 논리로 전개됩니다. 뭔가 극단적인 대비를 원했는지는 몰라도 재능을 얻기 전 주인공은 백수(혹은 백수만큼 능력 없는 사람)에 불효자에 인성도 별로, 뭔가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사회 탓이나 하고 그냥 찌질이 중의 상 찌질이였다가 죽어서 회귀하거나 60억 분의 1의 재능을 얻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승승장구 합니다.

근데 문제는 주인공이 찌질할 때 능력있는 애들을 실컷 인성질이나 하는 인성쓰레기로 묘사해놓고 주인공도 능력을 갖추고 난 후에 비슷한 행동들을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재능 없을 때 노력할 생각도 못 했으면서, 능력없는 애들 혹은 주인공에게 질투느끼는 애들을 빌런처럼 묘사하는 거 보면 좀... 저 로이더들 생각나서 역겹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능력있는 사람들, 명문대생, 대기업 사원 등등을 전부 인성 쓰레기에 자기보다 능력이 낮으면 사람 우습게 보고, 전부 선민사상을 지니고 있는 이기적인 빌런 처럼 묘사하는데, 그거 참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더군요. 왜 명문대에 다니는 잘생긴 능력자는 하나같이 다 음흉하고, 겉과 속이 다르고, 차별 쩔고, 결국에는 인성 빻은 빌런이 되는 겁니까? 그 정도 명문대에 그 정도 능력으로 우대받는 애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갖춘 애들이 더 많던데요...?


이러한 현상은 모두 작가들이 '능력' 혹은 '재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본인이 그렇게 능력을 갖춘 적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뭐, 능력있는 사람을 빌런으로 묘사하는 건, 작가가 그런 사람만 겪었을 수도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다만 '능력'에 대해서는 좀 깊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재밌는 소설을 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웹소설을 읽고, 웹소설은 소설도 아니다 라면서 무시하지 않겠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먼저 한마디 하자면, 저는 소위 말하는 '노오력충'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기분 나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노력만 하면 다 된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니들이 성공 못 한 건 노력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운만 따라주면 다 된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성공은 운이 좌우한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의 성공은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정말 동의하기도 어렵고 동의하지 않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운'이라는 요소에 대해 깊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온다거나, 노력 안해도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장르소설 작가들이 굉장히 큰 오해를 하고있습니다. 주인공의 주능력이 '운'인 소설도 있고, 굳이 주능력이 아니더라도, 운빨로 모든 것을 다 얻고 성공시키는 주인공이 굉장히 많습니다.


주인공에게 '운'이 너무 많이 따르면 문제인 이유

1. 재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어느정도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될 수 밖에 없거나, 너무 쉽게 풀려서 긴장감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밖에도 재미가 없는 이유가 많지만, 다음 이유와 더불어 설명하겠습니다.


2. 작가 편의주의가 심하다.

개연성이나 맥락에 상관없이 운이 좋아서 됐다고 치부하면 그냥 끝입니다. 독자는 아무도 공감하지 않지만 작가는 설명을 끝내버린 글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거침없이 사이다 같은 전개인 듯 싶지만, 글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독자들의 불만이 쌓이거나 연독률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운으로 몇 번 시원한 전개를 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반응을 접하면 점점 내용에 작가 편의주의가 심해집니다. 글에 편의주의가 들어가게 되면 글이 정말 정말 정말 재미없어집니다.


3. 개연성

'운'이 메인 요소가 되면 개연성을 맞추기 정말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진짜 '운'으로 다 해먹는 에피소드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냅다 쓴 다음에 주인공한테 운빨 몰아주면 끝이거든요. 문제는, 작가들이 내적갈등을 겪는 듯한 글을 씁니다. 뭔가 주인공한테 위기상황을 부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뜬금없는 운 + 개연성 조금 있는 운 + SSS급 운 등등 운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다보니, 위기상황을 부여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상황 부여해봐야 운으로 뚫고 나오니까요. 그러다보니 억지로 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럼 한창 사이다였던 소설이 급 고구마가 되어버립니다. 혹은 억지가 너무 심해서 그냥저냥 잘 읽고 있던 독자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되죠.


왜 이렇게 '운'에 집착할까?

사실 이는 현 시대상황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노력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기 힘들고, 기성세대가 하도 '노력, 노력'거리니 노력충이라는 단어가 생길만큼 노력에 대한 거부감도 생겼습니다. '나에게도 운이 있다면 새상 살기 쉬울텐데'하는 바람과 기원이 섞인 생각도 있을테죠. 게다가 로또, 비트코인 등 운 하나만으로 인생역전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운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운으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에게 대리만족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운을 타고난 사람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기도 합니다. 제벌 2세, 3세 등 운으로 좋은 집안에 태어나 노력 없이(보이는) 인생을 살며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싫어하지는 않더라도 좋아하지도 않죠. 운을 타고났으면 하는 바램과 운을 타고난 사람을 꺼리는 이 두가지의 마음 때문에 작가도 독자도 이러한 운빨소설에 내적갈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선을 잘 타고 작가도 독자도 모두 만족할만할 소설을 쓰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굉장히 많은 조사와 고찰이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나 글쓰기에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르소설 작가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아니면 깊이가 굉장히 얕고 지식의 범위가 굉장히 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운을 타고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노력을 끝까지 해보지 않은 주인공들이 많이 보입니다. 30대가 넘어간 백수에, 학창시절 뭔가 하나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인성이 바르지도 않은 주인공들이 갑작스레 얻은 운으로 성공하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근데 저렇게 찌질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바뀌어서 인성도 훌륭하고(인성 박살났어도 선은 넘지 않고) 행동도 훌륭하고, 갑자기 성공을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합니다. 

사람이 정말 저럴 수 있을까요? 기회 한 번 주어진다고 이때까지 '나'라는 사람을 구축해왔던 그 모든 부정적인 면모를 다 없애버리고 긍정으로만 채울 수 있을까요?

장르소설에서 '운'에 집착하는 것은 기회를 바라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때까지 기회가 주어진적이 없는 청년들이 그런 글을 쓰고,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죠. 요즘 시대의 청년들에게 기회가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냐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논란이 많은 주제이므로 다른 글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장르소설 작가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글 싸지르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글에 대해 깊게 생각만이라도 하길 바랍니다.


요즈음 장르소설에 유행하는 주인공의 특성 중 하나는 주인공이 천재라는 것입니다. 요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재'가 주인공인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 천재가 되고 싶어서 많은 것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과 문워크를' 이라는 책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나온 뇌호흡 법을 따라 하기도 하고, 효과가 없어서 다른 책 읽고 따라 해보기도 하고...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봤습니다. 

제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오히려 평균보다 좋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저는 절대로 '천재'라는 인간의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천재'가 너무나도 되고 싶었기에 어떻게 하면 천재처럼 보일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주변인들이 저를 '천재 같다.'라고 칭찬 비슷하게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저는 절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천재처럼 보이기 위해 제가 남들 안 보이게 하는 그 수많은 노력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천재이고 싶은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이게 왜 한풀이 주제인지 이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들은 '천재'의 정의를 모른 채로 혹은 설정하지 않은 채로 글을 쓴다.


- 사전적 정의로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어떤 단어를 정의할 때는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본인이 자라고 겪으면서 느꼈던 주관적 정의를 정리해서 덧붙여야 합니다. 그냥 주관적으로만 쓰면 안 됩니다. 사회적 정의와 비교해서 객관화시켜야 합니다. 왜냐면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너무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해 듣는 사람마다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고, 비슷한 단어인 영재, 수재 등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어 하나 정의하는 데 매우 많은 것들이 필요하죠?ㅎㅎ 

- 결론적으로, 하나의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서 사전적 정의 + 주관적 정의 + 사회적 정의가 합쳐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천재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가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재능이라고 했고, 천재(天才)라는 단어 자체에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뛰어나도 보통 뛰어난 게 아니라는 뜻이죠. 하늘이 내릴 정도로 몇백 년 혹은 몇천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뛰어나다'라는 단어의 뜻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저 무언가를 빨리 배우면 뛰어난 것인가? 장르소설 작가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한 번만 보고 다 배워버린다거나, 레벨이 엄청 빠르게 오른다거나, 경지를 휙휙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저 빨리 가기만 할 뿐이라면 천재를 따라잡기는 쉽습니다. 도착점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웬만한 도착점은 둔재라도 시간만 들이면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재라면 빠르게 배우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배우는 도중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도착점에 도달한 후에 새로운 길을 찾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 혹은 길을 볼 수 있는 것이 천재의 뛰어남이다.


- 마지막으로 재주/재능은 무엇으로 봐야 할까요? 이 대목에서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작가들이 재능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식합니다. 검의 재능, 축구의 재능, 노래의 재능 등등... 그리고 그에 더해 천재인 주인공은 완벽합니다. 자신의 주 업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 인간적인 관계 등 모든 면에서 다 천재입니다. 인생 2회차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인생 치트키입니다. 그러니 위기도 없고 어려움도 없습니다. 이를 '사이다'라고 칭하며 술술 읽히는 글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독자들도 장르소설 읽으러 와서 그렇게 심각한 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어려움을 부여한다고 글이 답답하고 재미없어지면 그건 작가의 역량이지 '주인공이 겪는 고난'이라는 스토리 자체가 답답한 것은 아닙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듯, 고생이 있어야 이를 이겨내는 카타르시스가 생기는 것이죠. 주인공이 고난을 겪는다고 고구마라면, 그건 작가의 역량이 부족한 겁니다. 요즘엔 주인공이 고난을 겪는다는 이유만으로 고구마라고 하는 일은 없습니다만, 문제는 너무 주인공의 스펙을 올려놓다 보니 어떤 고난을 부여해도 고난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에 가까운 상황이 생기고, 그러면 글이 재미없어지고, 독자들이 고구마라며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아, 역시 고난을 주니 고구마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천재'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반드시 하나의 구멍은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구멍이 사소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구멍이 반드시 있습니다. 구멍이 있다고 해서 그 인물의 매력이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이라며 매력이 급상승하기도 합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인공이 나타나는 이유는 재능을 잘못 이해하거나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의 재능을 생각해봅시다. 강한 검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검술에 대한 이해, 보법(하체, 스텝), 체력, 힘, 스피드, 활용도, 변수창출능력, 심리전... 등등 강한 검사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정말 많고, 제가 나열한 것만 봐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도 있고, 육체(피지컬)가 좋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검술에 대한 이해를 봅시다. 보통 검을 사용하는 주인공들은 그냥 하나만 보면 마스터하고, 자신의 검술과는 다른 형태의 검술을 봐도 한 번에 이해합니다. 검술이 딱 한 종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중검, 쾌검, 둔검 등등 특성도 내용도 완전히 다른 것들이 많은데 그냥 하나의 검술만 마스터하면 다른 검술에 대해서도 마스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중검이라도 검술에 따라 배우는 게 완전히 다를 텐데 말입니다.

 이건 마치 히오스에서 랭킹 1위 했다고 롤에서 랭킹 1위 한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물론 할 수도 있지만, 히오스 랭킹 1위 찍자마자 롤 랭킹 1위 찍을 수 있나요? 실제 히오스 랭킹 1위한 게이머가 롤 힘들어 하던데... 물론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빨리 배우고 좀 더 창의적으로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랭킹 1위를 찍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소설은 작가 맘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재능이 정말 이 세상이 존재한 이후로 처음 나올 만큼 위대한 재능이라 그냥 모든 면에서 뛰어난 주인공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게 되면 재미가 없습니다. 처음 몇 개의 에피소드는 시원시원하고 재밌을 수 있습니다만, 이런 내용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아니면 파워 인플레이션이 밸런스를 붕괴시키면서 급상승할 수도 있죠. 작가의 역량에 따라 계속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는 있으나, 글을 쓰면 쓸수록 긴장감이 떨어질 것입니다. 어떤 고난을 부여하던 주인공이 그 빛나는 재능으로 아주 쉽게 해결해버릴 테니까요. 

- 결국 제 말을 다 합쳐보면 '천재 =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재능을 가진 사람'이 맞습니다만, 이 정의에 내포되어있는 뜻과 기준이 확실히 세워져있고, 이 기준은 남들과 같을 수도, 비슷할 수도,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훨씬', '뛰어난', '재능'등의 단어를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위에서 자세하게 설명했죠? 이렇게 설명한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천재'라는 단어의 정의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천재란, 몇백 년에 한 번 나올만큼 하늘이 내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길 혹은 도달하지 못하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 이 정의는 저만의 정의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정의가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굳이 공감을 얻거나 타인도 저와 동일하게 생각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일리가 있네.' 정도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논리적인 주장과 그 논리를 파훼할 수 없다면 인정해주는 태도입니다. 둘 다 매우 어렵죠. 힘냅시다.

- 한 단어의 정의를 세우다 보면 다른 단어의 정의도 세우게 됩니다. '천재'의 정의를 세우면서 '재능'의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면이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문피아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매우 다른 인물이 만들어집니다.

- 아마 작가 대부분은 저와 마찬가지로 천재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천재에 대한 환상으로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상을 가졌다면, 본인의 환상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상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천재가 (제 기준에 의하면) 없을 확률 또한 높습니다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내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훨씬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주인공이 생길 것이고, 적당한 고난과 역경만 부여해도 긴장감이 생기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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