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의 좋은 예
1.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도술
이제 히어로무비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마블과 DC영화가 대표적인 예이죠. '전우치'는 한국의 색깔을 입고 나온 잘 만든 영화입니다. 미국은 마블이나 DC코믹스라는 역사가 오래된 원작이 있습니다. 그에 기반하여 현재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EU'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죠. 우리나라도 액션영화를 재밌게 만들지만, 한국형 판타지 영화는 거의 없는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신과 함께'가 사후세계를 한국적인 느낌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는 있지만, 한국 고유의 느낌을 가진 액션영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우치'는 도술을 영화속에서 훌륭히 표현해내었습니다. 부적과 환영을 이용한 액션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술을 표현한 것은 예전의 만화책 '머털도사'에서 보았던 기억 밖에 없었는데, 커다란 스크린으로 도술을 표현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제대로된 명칭은 나오지 않지만, 도술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복제하는 분신술부터 환영술, 물이나 불을 이용해 싸우는 장면까지 CG로 어색하지 않게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도 '전우치'가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큰 요인입니다. 도술을 사용하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되고, 배우들은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나가며 도술을 표현해내야 합니다. 능청스러우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누구하나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내었습니다.
강동원은 역시나 장난스러운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능글맞게 행동하는 강동원의 연기는 후에 '검사외전'에서도 볼 수 있으나, 역시나 '전우치'만큼 인상깊게 남지는 못했습니다. '전우치'라는 영화가 도사가 되어가는 성장영화라는 측면으로 보았을 때 장난스럽다가도 깨달음을 얻어가는 젊은 도사의 역할에 강동원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전우치와 콤비를 이루는 초랭이 역할의 유해진도 큰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초랭이의 작은 반전가지 알고 나면 유해진의 캐릭터 설정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윤석이 연기한 화담은 세련되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전우치'는 크게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과거 시간대에서는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선비처럼 얌전하게 행동했다면, 현재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욕심을 드러내며 전우치를 압박해나갑니다. 사실 현재 시간대에서의 화담의 모습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타짜'에서의 아귀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양복을 입고 파마를 한 머리 등 외관은 비슷하지만, 부채를 들고 도술을 구사하는 모습은 묘하게 어울립니다.
2.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
처음 '전우치'를 보고 나서 저는 후속작을 기대했습니다. 이야기를 확장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CG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멋있는 액션장면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후속작의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에 진행되었던 전우치 10주년 기념 상영회에서 최동훈 감독 본인이 강동원 배우가 더 늙기전에는 찍고 싶다고 밝혀서 조금의 기대를 갖고는 있습니다.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치밀한 세계관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아이언맨이라는 히어로를 시작으로 확장해나간 것처럼 '전우치'도 분명 좋은 시작점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한국형 판타지 영화가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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