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깊이, 밀도의 완벽한 조화"
1. 맨몸액션의 진수
앞선 본 시리즈의 두 작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을 통해 보여주었던 액션은 본 얼티메이텀을 통하여 그 절정을 보여줍니다. 작품의 줄거리만 보더라도 이전 두 작품까지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혼자서 헤쳐나간다'는 점 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보여주는 워털루 역의 시퀀스는 그가 얼마나 빈틈없는 요원이었는지를 단번에 상기시켜주죠. 접선대상에게 몰래 핸드폰을 넣어놓고 원격으로 상황을 정리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근접촬영과 더불어 화려한 액션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워털루 역을 떠나 모로코 탕헤르에서의 시퀀스에서는 최고의 액션 시퀀스가 펼쳐집니다. 지붕 사이를 뛰어다니며 목표를 추적하는 장면은 이후 수많은 액션영화에도 영감을 줄 정도로 신선한 장면이었습니다.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좁은 방에서의 격투 장면도 빠르게 여러 컷으로 나눈 것이 아닌, 길게 이어진 컷 안에서 서로가 때리고 맞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사실적이고 묵직한 격투신이 탄생하였습니다.
2. 첩보액션의 새로운 기준
본 시리즈 이외에도 첩보액션 영화 시리즈는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007시리즈와 미션임파서블 기리즈가 있죠.
007 시리즈는 첨단장비들과 자동차, 그리고 영국인 캐릭터 제임스본드만의 분위기로 매번 색다른 느낌을 표현하죠.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팀플레이'가 강조됩니다. 이단 헌트라는 주인공과 같이 긴밀하게 협조해나가는 팀웍으로 말 그래도 불가능한 미션들을 성공해나가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리고 본 시리즈는 위의 두 시리즈들과 다른 기준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고독'과 '리얼리티'를 선택하겠습니다. 시리즈가 흘러가는 동안 제이슨 본에게는 '팀웍'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국가에게 버려지고 스스로 기억을 찾아나가면서 사투를 벌입니다. 앞서 언급한 007시리즈나 미션임파서블시리즈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액션신과 첨단 도구 등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위기 때마다 주변에 있는 물건(볼펜, 수건, 잡지 등)들로 적과 싸워나갑니다. 어디서나 있을 법한 물건들로 익숙한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액션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3. 자기반성적인 스토리
리뷰의 첫 시작에 저는 "재미, 깊이, 밀도의 완벽한 조화"라고 서술했습니다.
그 중 '스토리의 깊이'가 본 시리즈를 수작으로 기억되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는 CIA라는 기관에게 버려지고, 기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지금껏 충성을 다해왔던 국가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본 얼티메이텀'에 이르러서는 CIA라는 기관이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부패하였는가를 고발합니다.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지정하여 죽이고, 그 사실을 기밀문서로 만들어 극비 프로젝트로 포장하는 과정은 영화 속의 이야기만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본 얼티메이텀'이라는 영화 이후에 개봉한 첩보영화들의 주요 줄거리도 외부의 적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 내부의 적과 조직에서의 갈등을 주로 다루게 된 것도 본 시리즈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에 개봉하였던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만 보더라도 조직으로부터 버려진 주인공이 누명을 벗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처럼 오락적인 측면으로도 훌륭하지만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고찰과 반성을 담은 줄거리의 깊이가 본 시리즈를 최고의 첩보 시리즈로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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